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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 노트>

 

preside; (회의, 의식 등을) 주재[주도]하다

 

전시의 아카이빙 과정에서 많은 작업들이 언어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축소되거나 확대된다. 정적인 언어에 담겨 제 몫을 잃고 시시해져버리는 작품이 없도록, 과도하게 부풀어져 제 몸을 못 가누는 작품이 없도록. 프리사이더(Presider)는 날 것 그대로의 작품을 기록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기획자는 ‘사회를 보는 사람, 프리사이더(Presider)'의 태도로 작가와 함께 전시 전반에 스며든다. ’기획자‘라는 거창한 이름표를 뗀 프리사이더는 2014년 11월 3일 00시부터 2014년 11월 17일 00시까지 이 전시를 기록하고 사회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프리사이더는 새로운 형식의 아카이빙을 통해 17인의 작가와 프로젝트 내내 함께 한다. 전시 오픈 열흘 전, 작가들이 설치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전시는 실시간으로 도큐멘팅된다. 작가 개개인의 작품 설치 과정을 CCTV를 통해 실시간 촬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이 공간과 서서히 결합해가는 이 과정은 시각화되어 인터넷을 통해 다수의 관객에게 공개 된다.

 

17인의 작가들은 권한과 책임이 공존하는, 뜻이 깊은 시간동안 뜻이 깃든 그 자리에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들에게는 공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열흘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을 거치면서, 작품은 단지 작업실로부터 운반되어 전시장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공간과 상호작용하게 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시는 나흘 간 밤낮없이 계속된다. 작가들은 96시간을 꽉 채워, 작품과 함께 애정 어리게 호흡한다. 관람자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때나 찾아와 작품과 작가를 만날 수 있도록 전시는 열려있을 것이다.

 

기획자는 기존 전시의 제도적 한계를 이번 전시를 통해 한 걸음 넘어서고자 한다. 작가에게는 공간 이해를 위한 시간을 허락하고, 관람자에게는 시간의 제약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기획자는 프리사이더로서 스며들어 작가, 혹은 관람자와 함께 한다. 18인의작가 그리고 프리사이더에 의해 96시간동안 새로운 정체성이 부여된 이 공간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나름의 의미들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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